전문가talk

 

민관협력으로 접근하는
위기가구 발굴대책의 허와 실

글. 김종건 교수(동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공공부문 복지행정에서 이른바 현장용어로 시군구 공무원은 ‘클라이언트 없는 복지’를 한다고들 말한다. 기초생활보장, 통합조사, 희망복지 업무에서 대상자를 직접 만나지 않거나 사실상 만날 이유가 없는 복지행정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를 희화해서 복지를 숫자로 하고 있다고도 한다. 여기에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처지를 살펴서 접근해야 한다는 교조적인 가르침 탓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더해지는 업무의 과중함 때문에 사람을 놓치고 있다는 자조(自嘲)도 깔려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하면 읍면동 복지공무원은 ‘클라이언트 있는 복지’를 한다고 하겠다. 과연 그럴까?

올해 4월 증평모녀 사망사건과 5월 구미부자 사망사건은 복지행정의 집중점을 이동시켰다. 읍면동복지허브화의 사각지대 발굴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해놓고 위기가구 발굴에 열을 올리게 했다. 정부에서 주력한 사각지대 발굴에 위 두 사례와 같은 위기가구가 포착되지 못했으니 정책실패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여론의 질타는 어쩔 수 없었다. 정부는 당연히 대책을 내놓아야 할 수밖에 없었을테지만 그 방향은 무언가에 홀린 듯 전수조사가 유행처럼 퍼져갔다. 행복e음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는 행정일선의 대응이라는 점에서는 납득이 간다.

문제는 위기가구 조사대상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채 선정기준이 마련되어 지자체마다 동마다 다르게 전수조사가 시행이 된 점이다. 아파트 관리비 연체 기준은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에 사는 가구를 놓치게 되고,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을 연체한 가구 또는 건강보험료를 포함한 사회보험료를 체납한 가구를 조사대상으로 삼았다면 그 대상의 규모를 결정할 연체기간을 얼마로 정할 것이냐를 두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게다가 전수조사로도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 대출금 상환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거나 피의자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경우나 대부업체로부터 채권추심을 받고 있어서 오는 심리적 압박에 처한 가구가 그렇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일단 부딛쳐 보자’는 식으로 시작하는 일선행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추진한 전수조사는 다양한 반응에 직면했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가구가 다른 위기가구를 알려주는 것에서부터 자기가 왜 조사대상에 포함되었으며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을 넘어 공무원이면 그런 정보를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느냐며 반발하기까지 했다. 정책에 내재된 선의(善意)가 전달되기에는 공무원에게도 전수조사의 ‘대상’에게도 시간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교훈을 얻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누군가를 돕기 위한 정책과 행정이 바로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강조되고 있는 민관협력이 이 영역에 대한 지금까지의 답이다. 정부 표현을 빌리자면, 인적 안전망 구축이 곧 민관협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공공이 정의한 민관협력은 도울 누군가를 찾는 일에 대한 시간, 목표, 방식마저 정한다. 그리고 앞의 두 사례 같은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그런 안전망 구축에 활용가능한 주민보다 더 생활터 중심 관계망 속의 더 많은 주민의 ‘눈여겨봄’이 필요하다. 특별한 목적의식을 가지지 않아도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 줄 평범한 생활인을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으로부터 ‘발견’된 주민조직에 더해 발견되지 않은 주민조직을 찾아서 이런 정책 목적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신뢰 형성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현재의 공공 중심 민관협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이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위기가구 발굴시스템 고도화가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공동주택 관리비 연체가구 정보를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위기가구를 발굴에 활용하겠다는 기본구상은 좋다. 하지만 금융, 신용 등 시장영역에서 발생하는 위기의 요인이나 사회심리적 위기 상황은 파악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은 위기가구가 아닌 보통의 가구에서도 타인에게 비밀로 하는 정보들이다. 친밀한 인간관계 또는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지역사회에서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근본적인 해결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민관협력의 실(實)은 공공과 민간기관 또는 공공과 주민을 넘어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이 핵심이다.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