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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을 위한 맞춤형 돌봄

글. 김현미(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장)

우리 사회는 압축적 경제성장 만큼이나 고령화도 압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7년 8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했으나 10년도 채 되기 전에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로 진입할 전망이다. 그리고 핵가족화, 남녀 평균수명의 차이 등으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하 ‘독거노인’)도 전체 노인인구 5명 중 1명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수는 2000년에 54만 명(노인인구의 16.0%), 2018년에는 141만 명(노인인구의 19%)으로 급속히 증가하였다.

사회의 고령화는 복지와 보건에 대한 복합적 욕구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층의 비율이 많아질수록 가사·간병서비스, 생활편의 지원 등 복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만성질환 관리 등 보건의료에 대한 수요도 동시에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독거노인의 비율이 많아질수록 고독감, 우울감, 자살생각 등의 영향으로 인해 정서적 지지와 정신건강관리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게 된다.

결국 압축적 고령화 속에서 증가하고 있는 독거노인을 목도해볼 때 이들의 복지와 보건에 대한 복합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독거노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돌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독거노인을 위한 맞춤형 돌봄을 위해 다음의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방문복지와 방문보건의 연계이다.

전국의 시·군·구별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노인돌봄기본서비스는 독거노인을 위한 방문복지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노인돌봄기본서비스는 정서적으로 취약한 독거노인을 사업 대상자로 발굴하고 있으며, 독거노인생활관리사는 주 1회 독거노인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고 주 2회 이상 전화 등을 통해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한다. 필요한 생활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의 복지자원도 연계하고 있다. 또한 방문보건의 대표적 사업은 방문건강관리사업이다. 방문건강관리사업은 고령 등으로 건강상의 위험요인이 큰 취약계층을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직접 찾아가 영양, 운동 등 건강상태 개선, 만성질환 및 합병증 예방관리, 생애주기별 건강문제 관리 등의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두 사업이 읍·면·동에서 찾아가는 복지전담팀을 중심에 두고 함께 방문계획을 수립하고 사업별 사례관리를 수행해 갈 때 독거노인의 보건·복지 통합 욕구가 해소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민관협력체계의 구축이다.

독거노인이 지역에서 건강하게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적 제도와 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자원봉사활동과 공적 제도를 연계한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노원구 사례이다. 서울 노원구의 경우 건강검진, 암 검진 등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검진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계하여 확인하고 지역 내 복지관에서 양성한 자원봉사자들이 건강검진 서비스 신청, 동행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각 시·군·구와 읍·면·동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활용하여 독거노인을 위한 돌봄(가사지원 등), 안전(안부 확인), 주거(주거개선 등), 영양(도시락지원 등), 보건의료 간 연계·협력한 사례도 있다. 또한 지역 내 사회복지관과 연계한 사례도 존재한다. 노인돌봄기본서비스와 방문건강관리사업의 대상이 되는 독거노인 가운데, 사회적 기능 회복을 위해 만성적이고 장기적인 사례관리가 필요한 경우 지역의 사회복지관에서 담당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사례관리에서는 장기적 사례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4차 산업혁명기술의 활용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독거노인 수를 고려할 때 기존 인력을 활용한 휴먼서비스는 서비스 제공과 관리, 재정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AI와 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한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 발맞추어 AI와 IoT를 활용한 24시간 독거노인 돌봄 시스템 구축이 경기도 이천, 충북 청주, 그리고 서울에서 시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안부·안전 확인, 정서 지원, 생활편의 지원 등에 대한 독거노인들의 욕구를 파악하여 LED 전등에 활동 감지센서를 장착하고, AI 스피커의 말벗서비스 및 음성인식 기능을 통한 생활전자제품(보일러, 전등 등) 제어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활용은 담당 복지인력들이 스마트폰 앱 등으로 어르신의 생활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어 보다 촘촘한 안전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또한 업무경감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추후 지역의 복지관뿐만 아니라 보건소, 지역병원 등과도 연결되는 시스템 네트워크가 구축될 경우 독거노인을 위한 보건·복지 포괄 케어에도 충분히 반영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노인들은 익숙한 자신의 생활패턴, 주변 환경 등이 노년에 갑작스럽게 변화되는 것이 삶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 본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편안하게 살고 나이 들어가기를 원한다(Aging in place). 인간이 100세까지 사는 호모 헌드레드의 세상이 현실화 되면서 홀로 늙어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커질 수 있겠지만 방문복지와 방문보건 등 공공부문 사례관리 사업 간 연계, 공동체 의식과 연대 의식에 바탕을 둔 민관협력체계의 구축, 그리고 AI, 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한 독거노인 돌봄 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지역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에게 맞춤형복지를 제공한다면 두려움은 즐거운 노후생활의 기대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