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talk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서은선 (화성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장)

중독문제는 심리적 신체적 의존에 의해 심각한 만성질병과 장기적 고질적 사회문제를 유발한다. 자살(40.9%), 강력범죄(30%이상), 성범죄(2011년 기준 19,439건)등의 사회문제가 음주상태에서 발생하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음주운전도 타인의 생명과 직결되어 심각한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회경제적 비용도 알코올중독은 155만명 기준으로 23조 4천억원에 달하여 중독은 안전과 건강문제를 넘어서 사회취약계층 양산의 원인이다.


정신질환실태조사(2016년) 결과 알코올중독 평생유병율(한 사람이 평생동안 알코올중독 진단에 해당될 비율)은 12.2%(전체 정신질환의 30%에 해당), 도박 0.5%, 인터넷중독이 1.4%, 게임중독 1.2%, 스마트폰 중독이 5.0%로 전체 정신장애(조현병, 우울, 강박, 불안장애 포함) 13.5%에 비해 중독의 유병율은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의 알코올사용장애의 지역사회 등록관리율은 0.81%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전국에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총 50개, 센터에서 사례관리서비스를 받는 등록회원 8,558명인데 일년유병율(3.5%)중 전국 알코올 중독자수 약 181만 명의 0.6% 미만 이며 연간 1회 이상 입원치료를 받은 중증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28,001명의 31.3%에 불과하다.
또한, 알코올사용장애의 경우, 5명 중 4명은 외래치료를 중단하고, 1개월이내 외래 방문은 약 31%에 불과하여 지역사회에서 관리가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에서 단순히 입원치료만 하는 경우 6개월이상 단주 비율이 20%미만이나 지역사회 중독관리센터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는 경우 40% 이상이 단주가 유지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중독자를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 인프라는 중독관리센터 50개소, 사회복귀시설 17개소로 중독자들의 지속적 관리를 위한 지역사회 치료 재활 회복 서비스 체계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중독자가 발견되었을 경우 의뢰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거나 부족하여 중독자발견은 난감한 사례가 되고 있다.


지역에서 사례관리를 제공하는 분들에게 흔히 듣는 말은 ‘알콜... 어려워요. 힘들어요’이다. 맞는 말이다. 그 원인은 우리가 흔히 만나게 되는 알콜문제 대상자는 대게는 알코올사용장애 진행경과에 있어 말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중독의 진행단계는 술을 즐기고 주2회이상 7잔(남성), 5잔(여성)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 단계에서 술자리를 찾아다니고 주변에 술친구만이 남는 초기의존단게, 술에 신체적으로 의존되는 결정적 단계, 매일 술을 마셔야 하고 술이 중심이 되는 만성의존단계로 나뉜다.


지역에서 ‘알코올 중독자인것 같다’로 발견되는 시기는 대게는 결정적 단계와 만성의존단계에서이다. 이시기에서는 치료가 급선무가 된다. 어떠한 이유에서 술을 끊기로 결심을 하더라도 신체적 의존이 심해져서 금단, 갈망등을 홀로 ‘의지’의 힘으로는 이겨내기는 어렵다. 이 시기에는 자발적인 문제인식, 금주결심, 단주유지는 힘들기 때문에, 일단은 술과의 물리적 단절과 함께 해독치료, 3개월이상의 입원치료동안의 뇌기능회복 이후에 단주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알코올중독을 비롯한 모든 중독이 개인의 도덕적 해이, 의지의 부족으로 여겨지는 사회인식 때문에 신체적인 의존 즉, 뇌 보상회로의 영속적인 시스템을 간과하여 정신과치료를 회피하게 된다. 그리고 중독이 진행되면 단순히 중독 물질과 중독 행위만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과적 공존질환(우울, 불안, 자살충동등)을 동반하므로 이에 대해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독문제를 가진분들의 다수가 주장한다. 배우자가 잘하면, 자녀들이 속썩이지 않으면, 실업이 해결되면, 살집이 마련되면, 경제적곤란이 해소되면 중독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지역에서 돕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들의 선행을 단중독의 조건처럼 요구하고 당사자는 계속 중독물질과 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선후가 뒤바낀 논리다.
즉, 중독문제 때문에 부부갈등이, 중독문제 때문에 실업이, 중독문제 때문에 자녀들의 비행이나 정신과적 문제가, 중독문제 때문에 경제적 곤란이 생겼다는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독문제를 가진 사람을 지역에서 만났을 경우, 이 선후 관계를 명백하게 규정지어주고 책임을 갖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 즉, 중독에 대한 정신과 외래및 입원치료, 중독센터 회복프로그램참여, 중독사회복귀시설입소, 단중독 실천시작등 당사자의 중독문제 치료와 회복을 위한 조치를 전제로 부부갈등, 자녀문제, 경제적 곤란등을 지원하여야 한다.


중독문제는 안타깝게 10년에서 30년 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진행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말이다. 그래서 중독자들은 그들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기 어려워지고, 그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 조차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길을 잃는다.


이렇듯 도움을 거부하는 중독문제를 가진분들의 회복을 위해서는 가족과 친지 친구 동료들의 일관된 설득이 필요하다.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더 늦기 전에 회복하자’라고 해야 하며 현실을 올바르게 말해주어야 한다. 특히 맑은 정신일 때 대화해야 한다. 술이 취한상태에서의 대화는 술이 깬 후 기억하지 못할 경우가 많으며 술주정이 그간의 외로움과 서글픔에 대한 보상이 되어 술이 취한 상태에서라야 자기주장을 하게 되는 역기능적인 강화가 되기 때문이다.
중독문제가 있는 분들을 냉정하게 사랑하여야 한다. 홀로 단중독을 위해 애쓰는것 보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기꺼이 도움을 받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성공률도 높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하면 어렵지 않다.